門前成市 문전성시
門 문 문 前 앞 전 成 이룰 성 市 저자 시
문전성시(門前成市) 관련 설명
권세가 있거나 부자가 되어 집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한다는 말 제나라의 문무 백관 가운데 대부 벼슬을 가진 추기는 키가 팔 척이나 되며 용모가 잘 생겨 미남이라 이름이 났다. 어느날 아침 그는 의관을 차려 입고 거울 앞에 다가 가서 거울울 비쳐 보고는 아내에게 물었다.“사람들은 모두 성북에 사는 서생이 미남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 사람과 비교하면 누가 더 미남일 것 같소?”“그야 물론 당신이 더 미남이지요.” 그의 아내가 대답을 했다.“서생이 어찌 당신을 따를 수 있겠어요.” 이 말을 들은 추기가 기쁘기는 했지만 서생이 제국에서 공인된 미남이었던 지라 아내의 말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글쎄! 솔직히 말해 봐. 나와 서생과 비교하여 볼 때 누가 더 잘 생겼나?” “그야 말할 필요가 뭐 있어요. 서생이 어떻게 당신과 비교가 되요?” 그의 애첩이 똑같은 대답을 했다. 이튿날 손님이 찾아 와서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갑자기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 그 친구에게도 같은 물음을 던졌다.“어때? 자네가 보기엔, 내가 성북에 사는 서생과 비교할 때 누가 더 미남이라고 생각하나?”“흥! 서생이 어떻게 자네와 비교가 되나? 천지 차이야!” 그 손님이 대답을 했다.하루가 지나서 마침 서생의 방문을 받게 됐다. 추기는 이야말로 한 번 견주어 볼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과연 듣던 대로 빼놓은 미남이었다. 따라서 자기로서는 도저히 견주어 볼 수도 없음을 깊이 깨달았다. 서생이 돌아간 후 재빨리 거울을 비쳐 보니 너무나 차이가 남을 절실히 느꼈다. 그날 밤 자리에 누워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나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인가?’ 잠도 못이루며 사색하던 끝에 마침내 결론을 얻었다. ‘아내가 자기를 추켜 주는 것은 아끼는 마음에서 그렇고, 첩이 자기를 추켜 주는것은 두려운 마음에서 그렇고, 친구가 자기를 추켜 주는 것은 일이 있을 때 도움을 구하고자 그러는 것이니 모두가 나의 환심을 사려고 나에게 아첨을 하는 것이다.’이러한 결론을 얻은 추기는 제 위왕도 평소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첨과 눈가림을 받았을 것을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조정에 들어가는 길로 제왕에게 아뢰어 간하였다.“신이 서생의 미모를 따르지 못함을 알면서도 신의 아내는 신을 두둔해 주었고, 신의 애첩은 신이 두려워서 그리고 신을 가까이 하는 자들은 유사시에 신의 도움을 받고자 모두들 신에게 신이 서생보다 더 잘 생겼다고 아첨을 해 왔습니다. 현재 제나라의 영토는 사방 천리로 크고 작은 성시가 무려 일백 이십여 개가 됩니다. 그러므로 궁에 있는 궁녀와 시종들이 한결같이 대왕을 비호하고 있고 조정 관원들은 대왕이 두려워서, 그리고 온 나라의 국민들은 모두 대왕의 영도 아래 잘 살고자 대왕께 사실을 사실대로 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즉 대왕께서 지금까지 얼마나 눈가림을 받아 오셨는지를 가히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제왕이 그 말을 듣자 일리가 있는 지라 즉각 명령을 내렸다.“조정 대신 지방 관리 및 전국 백성 누구나 할 것 없이 직접 과인에게 과오를 알려 주는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고 서면으로 의견을 제시하여 과인의 잘못을 꾸짖는 자에게는 다음 가는 상을 내릴 것이며 조정이나 조야에서 과인의 잘못을 들추는 자에게도 상을 내릴 것이다.”명령이 떨어지자 많은 신하들이 제왕께 앞을 다투어 여러 가지 일들을 간하는라 문 앞이 마치 시장에 모여드는 사람들과 같이 떠들썩하게 붐볐다. 몇 달이 지난 후에도 간혹 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일 년이 지나고 나니 간할 일이 없게 되었다.한나라 애제 때에는 이미 한왕조는 소멸 직전에 있었다. 애제는 20세로 즉위했지만, 정치의 실권은 외척의 수중에 있어, 헛되이 황제의 빈 자리만 지키다가, 몇 해 후인 원수 2년에 급사했다.그러나 그와같은 애제에게도 기골찬 어진 신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숭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정숭은 명문출신으로 그 집안은 대대로 왕가와 인척 관계에 있었다.처음에 정숭은 애제에게 발탁되어 상서복야로 있었지만, 그 무렵에는 외척들의 횡포에 분개하여, 자주 애제에게 간했다. 애제도 정숭의 간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었지만, 결국 외척들의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차차로 정숭을 냉대하게 되었다.그 이후도 애제는 점점 자포자기하여, 오로지 미청년인 동현에게 사랑에 빠져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동현에 대한 총애가 너무나 정도를 지나쳤기 때문에, 정숭은 보다 못하여 애제에게 간하였지만, 그 때문에 애제의 흥취를 깨뜨려, 도리어 꾸중을 듣는 형편이었다. 정숭은 마음이 편안치 않아 병이 나서, 목에 종기가 나서 사직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억지로 참고 있었다.이와같은 정숭의 괴로운 처지를 보고 미소를 지은 것은 상서령이 조창이었다. 조창은 아첨하기를 좋아하는 인물로, 평소부터 정숭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정숭이 애제에게 간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알자,“정숭은 왕실의 여러분과 통하고 있으며, 어떤 좋지 못한 일을 꾸미고 있는 혐의가 농후합니다. 제발 조사해 보십시오.” 하고 애제에게 상소했다. 그래서 애제는 정숭을 문책했다.“그대의 집에는 언제나 많은 손님들이 모여 상의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짐에게 구실을 붙이려고 하는 것인가?” 그러자 정숭은 대답했다.“저의 집에는 시장과 같이 많은 손님들이 모여들지만, 저의 마음은 물과 같이 언제나 맑습니다. 제발 다시 한 번 조사해 보십시오.” 이 말을 듣자, 애제는 화가 나서 정숭을 하옥시켜 용서없이 문책했다. 정숭은 옥에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