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원래 우리나라 꽃이라는데 정말인가요?
라일락이 원래 우리나라 꽃이라는데 정말인가요?[편집]
라일락을 우리나라 산에서 본기억이 없는데
라일락이 우리나라 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인지 ... 그리고 사실이면 원래 우리나라 말로 뭐라고 불렀는지
어떻게 외국으로 전파가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답변 :
흔히 라일락(Lilac)이라고 부르는 꽃은 서양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생긴 수수꽃다리 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수꽃다리와 구분하기 위해서 라일락을 '서양수수꽃다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라일락은 유럽 남부지역에서 발칸반도와 항가리까지 폭넓게 분포합니다. 키는 4~6m 정도이며 향기로운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원추형을 이루어 가지 꼭대기에 핍니다. 꽃 색깔은 보라색과 흰색 두 종류가 있습니다. 노래 "베사메무쵸"의 가사에 나오는 리라꽃으로도 널리 알려진 꽃나무입니다. 매혹적인 향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전국에 널리 퍼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식물입니다.
< 라일락 = 서양수수꽃다리 > < 수수꽃다리 >
그런데 이 라일락이 우리나라 꽃나무냐 아니냐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꽃나무가 아닙니다.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소교목인데 우리나라에도 라일락과 흡사한 '수수꽃다리'라는 소교목이 있습니다. 같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해 있으니 전혀 남은 아닌 셈이지요. 둘 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라일락과 수수꽃다리는 별개의 꽃나무입니다.
그리고 라일락이 원래 우리나라 꽃인데 외국으로 전파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옛날부터 그 지역에 라일락이 자생하고 있었고, 라일락과 형제간이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는 우리의 수수꽃다리 역시 옛날부터 우리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할아버지 같다고 사촌동생을 내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듯이, 물푸레 나무과에 속한다고 수수꽃다리를 라일락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요. 라일락이 수수꽃다리에서 진화된 식물이 아니며, 반대로 수수꽃다리도 라일락에서 진화된 일도 없습니다. 엄연히 다른 지역과 풍토에서 살아온 별개의 식물이니 당연히 구별해서 불러야 합니다.
수수꽃다리는 깊은 산에 가야 볼 수 있는 정도여서 우리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일락이 수입되었고 향기가 뛰어난 탓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를 받아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국의 산야를 누비게 되었습니다. 깊은 산중에 피어있는 수수꽃다리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라일락으로 인식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야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 꽃에 대한 수요가 생기자 전국의 산야에 있는 야생식물들이 채취되어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수꽃다리도 이런 과정속에서 시중에 유통되었고, 수수꽃다리인지 라일락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라일락으로 인식하게 되어 오늘날 이런 혼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수수꽃다리를 보여주고 무슨 꽃나무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모두 라일락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수꽃다리 역시 키는 4~6m 정도 되는데 소백산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꽃개회나무를 비롯해서 개회나무, 돌개회나무, 수개회나무, 긴잎개회나무, 털긴잎개회나무, 섬개회나무와 키 1.5m 정도인 흰털개회나무 등 여러 종류가 전국의 산속에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현재와 같은 식물분류학적인 엄밀한 명칭 구분의 필요가 없었던 탓에 전체적으로 개회나무 또는 정향나무 아니면 수수꽃다리로 부른 것 같습니다.
개회나무를 정향나무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원추형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개의 작은 꽃 중에서 한 개의 꽃송이를 떼어 내서 눈높이로 올리고 옆에서 꽃을 바라보면 한자(漢字)의 丁자 형태입니다. 그래서 한자 정자(丁字)를 흡사하게 닮은 향기좋은 나무라고 해서 붙인 한자식 이름입니다. 그러니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명칭인 개회나무나 정향나무나 수수꽃다리는 같은 식물을 부르는 다른 이름인 셈이지요.
또한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꽃 잎이 벌어지기 직전, 붉은 색의 둥근 꽃망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이 붉은 수수열매가 붙어 있는 형상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개회나무(정향나무) 꽃의 향기는 라일락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라알락과 수수꽃다리의 다른 점은 꽃의 크기 입니다. 원추형을 이루고 있는 꽃송이 전체가 아닌 작은 꽃 한개를 비교해 보면 라일락 꽃이 정향나무 꽃보다 약간(몇 mm 정도) 큰 것이 특징입니다. 털개회나무의 꽃을 보면 라일락과의 차이점을 한 눈에 알수 있습니다. 꽃이 유난히 작지요. 나머지로는 구분하기 힘듭니다. 왜냐면 나무의 키도 엇비슷하고 잎의 모습이 둘 다 난형에다 잎자루쪽이 심장저의 형태(하트형)라 거의 차이점을 못느낄 정도 입니다.
그런데 라일락이 왜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전파된 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일화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수입된 라일락 중에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작은 키와 잎모양 그리고 타 품종과는 비교도 않될만큼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향기 때문에 정원수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라일락 중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의 인기품종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김씨의 성(姓)이 품종명칭에 붙어 있습니다. 앞에 미스 김라고 붙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여자와 연관된 명칭임을 알 수 있지요.
이렇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연유가 있습니다.
< 미스김 라일락 >
일제패망 후 미군이 우리나라를 임시로 군정통치하던 시절 미군정청 소속의 식물채집 담당 관리였던 '미더'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1947년 어느 날 서울 북한산 백운대의 돌틈에서 힘겹게 붙어살고 있는 정향나무(털개회나무)를 발견하고 종자 12개를 채취했습니다. 이듬 해 본국으로 돌아간 그는 채취한 씨앗을 발아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서양의 라일락과 비교해보니 잎의 크기가 매우 작고 꽃향기는 비교가 안될만큼 진하고 향기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품종이라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한국에서가져온 라일락이라 한국에서 근무할 때 자신을 도와주던 타자수 미스김이 생각나서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미더는 털개회나무를 라일락으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지요. 그의 이러한 인식은 그 나름대로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털개회나무라고 부르는 것을 몰랐을 테니까요. 설사 알았다해도 영어로 표기하려면 외형상 큰 차이가 없는 물푸레과 나무이니 Lilac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북한산의 정향나무(털개회나무)와 비교하면 강렬한 향기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그래도 잎의 크기는 약간 더 작아졌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후 연구를 거듭하여 개량한 뒤 신품종으로 발표하고 전세계로 내보낸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 사연이 와전되어 라일락은 원래 우리나라 꽃인데 외국으로 나가서 전세계에 퍼졌다는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털개회나무(정향나무)가 외국으로 나가서 미스김 라일락이 되었다'는 말이 맞겠지요. 털개회나무가 개량되어 미스김라일락이 되었다고 라일락 전체가 우리나라 꽃나무는 아닙니다. 물푸레 니무과에 속하는 라일락의 종류는 우리의 수수꽃다리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털개회나무(미스김 라일락)는 그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현재 북한산에는 "미더"가 발견했던 그 정향나무(털개회나무)가 멸종되었다고 하니 아쉬움이 크고 우리의 산하에 살고 있는 식물들을 잘 보전해야 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낌니다. 외국인들은 전세계의 식물을 채집하고 개량하여 새로운 품종으로 개발하는 노력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이 경제적 자원이 되어 원예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부럽기 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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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이 원래 우리나라 꽃이라는데 정말인가요? 관련있는 단어[편집]
라일락 / 라일락의원산지 / 미스김라일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