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와 철쭉의 구별법은?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법은?[편집]
봄엔 꽃이 먼저 나는 것이 진달래 잖아요.
다른 계절에는 어떻게 구별하죠?
답변 :
꽃들의 함성-진달래와 철쭉
갓 핀 진달래 꽃송이에 봄비가 내려 앉았다. 꽃속의 수술과 암술이 비를 맞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핀다 (경남 창령 관룡산)
갑자기 터지는 꽃들의 함성이 눈부신 빛깔로 되어 산과 들에서 빛난다.
움츠렸던 겨울잠에서 깨어나며 푸시시하던 산하의 구석구석이 환해진다. 마침내 봄이다. 꾸물꾸물 신중하게 오던 봄은 삼월 말쯤부터는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둔한 사람이 확실하게 눈치를 채고 봄이 왔구나! 했을 때 봄은 이미 사라진다.
진달래는 바빠서 꽃부터 대뜸 피운다. 재거나 뜸들이지 않고 솔직하게 결론부터 말한다. 여린 가지 끝에 여러 송이 분홍빛을 켜고 봄빛은 이래요, 한다. 양지바른 얕은 산들의 능선은 진달래 분홍빛으로 뒤덮인다. 소월의 '영변에 약산' 뿐만 아니라 온 나라의 얕거나 높은 산에는 거의 다 진달래 밭이 있다.
여느 식물과 다르지 않아서 진달래도 끼리끼리 모여 산다.
진달래는 쌍떡잎식물 진달래 목의 진달래과에 속해 있는 낙엽 관목이다.
(그 중에는 가을이나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반쯤 시든 것 같은 상태로서 겨울을 버티는 것도 있는데, 산진달래라고 한다).
전세계에 50속 1천 400종이, 우리나라에는 9속 23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달래에는 진달래 말고도 산진달래, 흰진달래, 털진달래, 왕진달래, 반들진달래, 한라산진달래가 있는데 흰 진달래꽃의 흰빛깔 말고는 꽃의 모양이나 빛깔은 다 같다. 꽃의 모양이나 빛깔이 아니라 그것들은 잎이나 열매의 모양이 다른 것으로 그리 구분된다. 그러므로 그것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알아보기 어려운, 분류를 위한 학문의 문제일 뿐이다.
철쭉 또한 진달래과의 식물인데,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할 수만 있어도 좋다. 철쭉에는 철쭉과 산철쭉이 있으며 흰철쭉도 있다. 철쭉은 진달래가 져 갈 무렵부터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와는 달리 잎과 함께 꽃봉오리를 맺으며 잎이 자랐을 때 꽃이 핀다. 성질 급하게 얼른 꽃부터 피우는 진달래보다는 싱싱한 잎의 풀빛을 후광으로 두르고 피는 산철쭉이나 철쭉이 더 화려하다. 이 세상 모든 빛깔의 꽃들은 다 연하거나 짙은 풀빛깔의 잎을 후광으로 두르고 있다. 그러므로 풀빛깔은 어떤 빛과도 조화가 되는 평화로운 빛깔이다. 싱싱한 풀빛깔이 밑에서부터 위로 번져 올라 갈 때 산은 푸르러지며 생기를 띤다. 그때 철쭉꽃이 핀다. 그러므로 철쭉꽃은 빛깔의 조화를 진달래보다 더 안다.
진달래는 높은 곳에서는 늦게 피기 때문에 꽃이 피었을 때 잎이 조금 돋아 있는 경우도 있다.(왼쪽)
흔지 않는 흰진달래는 진달래 고유의 느낌을 주지 않아 낯설다.(오른쪽 서울)
잎보다 먼저 피어나 화사한 빛깔로 새봄을 노래하는 진달래꽃. 큰 나무들이 없는 능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구 달성군 비슬산)
지금은 모두가 배 불러서 살 빼느라고, 살 안 찌려고 애들을 쓰고 있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꽃조차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 독이 있어 먹으면 배탈이 나는 철쭉은 개꽃이라고 했다.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먹는 것은 그나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고, 보통 사람들과 아이들은 꽃을 따서 먹었다. 그러므로 꼭 개꽃과 참꽃을 구별할 줄 알아야만 되었다.
산철쭉 꽃은 진달래보다 빛깔이 연하며 꽃잎이 더 두텁다. 분홍빛깔에 흰 빛깔이 섞인 산철쭉 꽃은 진달래보다 우아하며 아름다워서 독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먹으면 틀림없이 배탈이 난다. 철쭉은 진달래와 꽃 모양이나 빛깔이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주의 깊게 보면 빛깔이 더 짙다.
진달래꽃인지 철쭉꽃인지 확실하게 아는 방법은 그 꽃자루를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잡아보는 것이다. 찐득찐득하면 그것은 독을 가진 철쭉꽃이다.
식물 치고 안 그런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진달래나 철쭉은 다 햇빛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키 큰 나무들이 없는 볕 바른 둔덕에 무리지어 있다. 꽃 한 송이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아름답고, 멀리 물러서서 무리를 보면 화려한 빛깔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진달래는 삼월이면 남녘의 섬에서부터 피기 시작해서 사월 초순에는 서울 근처의 산들 그리고 유월에는 백두산에서 핀다.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편에는 「헌화가(獻花歌)」가 나온다. 수로부인이 길을 가다가 천야만야한 절벽 꼭대기에 무리지어 핀 진달래꽃을 보고 누가 꺾어다 주기를 바랐다. 그때 새끼 밴 암소를 몰고 가던 한 노인이 나타나 꽃을 꺾어와서 「헌화가」를 부르며 함께 바쳤다.
* 흰산철쭉꽃은 드물어 보기가 쉽지 않다. (지리산, 맨위 왼쪽)
* 잎이 나오며 피는 산철쭉은 빛깔과 모양이 진달래보다 우아하나 독을 가지고 있다.
(서울 북한산, 왼쪽 아래)
* 철쭉은 진달래와는 달리 독이 있어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하는데 반해
철쭉은 개꽃이라 불린다. (전북 남원시 덕두산, 맨위 오른쪽)
* 철쭉꽃은 진달래가 진 뒤에 핀다. 콫 빛깔이 막 돋는 풀 빛깔의 푸르름과 어우려져 싱싱한 새봄의
생기를 펼치고 있다. (전북 남원시 덕두산, 오른쪽 아래)
붉은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으라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드리오리다
그 노래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보다는 더 직설적이고 인간적이다.
뿌리는 것은 더 적극적으로 바치는 것이겠지만.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
올 봄에도 진달래 철쭉 넘치게 피어 이 강산 잠시 눈부시다.
글, 사진 : 강운구 (사진작가, 경북 문경출생, 경북대 영문과 졸업,「조선일보」「동아일보」「뿌리깊은 나무」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함. 『내설악 너와집』『경주 남산』『우연 또는 필연』『모든 앙금』『마을 삼부작』등의 사진집과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능으로 가는 길』등의 공저가 있다.)
발췌 : CJ - 생활속의 이야기 ▒▒ 원본보기 ▒▒ 2003/3~4월호